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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미디어 오늘 : '번역비평학회'의 좁은 문
글쓴이 : 이영훈 날짜 : 2007-03-17 조회 : 863
‘번역비평학회’의 좁은문

[강유원의 Book소리]
2007년 03월 14일 (수) 14:41:58 강유원·철학자 ( media@mediatoday.co.kr)

2006년 9월에 창립한 번역비평학회가 2007년 3월3일에 ‘번역비평,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창립기념학술대회를 열었다. 그 사실을 보도한 기사들에 따르면 이 학회는 “어문학 교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번역학 체계 정립과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 전반의 번역물 평가기준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다.

학회 이사인 고려대학의 이영훈 교수는 “해묵은 오역시비의 덫에 걸린 번역비평 방법을 다양화 체계화해 번역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학회의 회장인 고려대학의 황현산 교수도 인터뷰에서 “한국의 번역은 늘 오역시비에 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번역을 통해 탐구하고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게 되죠”라면서 오역시비를 넘어선 뭔가를 의도하고 있음을 분명히 확언했다.

이러한 각오와 포부를 가지고 이 학회가 해나갈 사업은 우선 “1년에 두차례 열리는 학술회의, 국제학술세미나, 월례발표회” 등이다.

“번역관련 대담, 번역비평 에세이 등 딱딱하지 않은 내용”과 “유명 고전 작품의 여러 번역본을 비교 평가하고 신간 번역서를 비평하는 코너“도 마련된 번역비평무크지도 펴낼 계획이 있다 한다.

나는 이런 내용의 기사를 읽어나가면서 의문점이 생겼다.

첫째는 어문학 교수들이 주축이 된 이 학회에서 인문학 전반의 평가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는가이다. 그 일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궁금했던 것은 한국의 번역이 초보적인 오역시비에서 그치는 게 문제고, 그것을 넘어서는 게 그렇게나 중요하다면, 그 넘어서기를 위해서라도 오역을 근절할 방안을 내놓아야 할텐데,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였다.

달리 말해서 번역에 관한 고상한 이야기는 나중에 학술대회에서 얼마든지 하도록 하고, 최소한 그들의 동료인 대학교수들이 저질러 놓은 추잡스러운 번역 하청과 그에 따른 오역이라도 잡도리할 대책쯤은 마련해 두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조금 잔혹하더라도 한번쯤 캐물어볼만한 사항들이었다.

이 학회의 창립기념학술대회 취지 중의 하나는 “번역비평의 대상인 일선 번역자들에게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보단 현장의 여건과 애로사항부터 살피자”는 것이었다.

그런 취지에 대해 번역 현장에 있는 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번역가 개인의 감각적 역량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한다면 결과적으로 무리가 따를 것”, “향후 학회의 비평활동이 열악한 번역현장을 도외시한 채 이뤄진다면 오히려 번역에 대한 신뢰만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어쩌다 책을 한 권씩 번역하는 뜨내기 번역가인 나는 이러한 목소리들에 공감하면서 여기서도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2006년 9월에 창립되었다는 학회가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기에 이제 서야 현장의 여건과 애로사항을 듣겠다고 나섰을까. 그런 건 이미 조사 끝내고 막연한 대책이라도 좀 들고 나왔어야 하지 않았을까. 번역학 체계 정립에 바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동안 학회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활발하게 현장과 교류를 할 것인지 등이 궁금하여 번역비평학회의 웹사이트를 찾아보았다.

독립된 도메인은 아직 없었고 고려대학 레토릭 연구소(www.rhetoric.or.kr) 아래에 공지사항, 자료실, 게시판이라는 세 개의 메뉴를 갖춘 코너가 있었다.

공지사항에는 글 하나, 게시판에도 글 하나, 자료실에는 학회회원 가입신청서와 보도자료 등을 갈무리해둔 글 아홉 개가 전부였다. 가입신청서를 내려받고자 글 제목을 클릭하니 회원가입을 하라한다.

반드시 적어야할 정보에 학교, 학과, 직책(강사, 교수, 박사과정 등), 전공이 있다. 그게 없는 나로서는 쓸 게 없었다. 웹사이트 썰렁하고 회원가입부터 애로사항이 많았다. 섣부른 비약이지만 번역비평학회, 이대로 좋은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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